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던 비밀스러운 친구, 그 존재를 기억하시나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되살리는 작품입니다. 시골 마을로 이사 온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신비로운 존재 토토로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사츠키와 메이 자매는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를 둔 채 아버지와 함께 낡은 시골집으로 이사를 옵니다. 쓰러져가는 듯한 낡은 집이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신나하며 집안 곳곳을 탐험합니다. 이들의 눈에는 먼지투성이 다락방도, 삐걱거리는 계단도 모두 신비로운 모험의 공간입니다. 특히 집안 곳곳에 떨어진 도토리와 순식간에 사라지는 까만 생명체들은 아이들만이 볼 수 있는 특별한 세계의 시작을 알립니다.
메이는 특히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 가득한 성격으로, 보이는 대로 표현하고 순수한 면을 강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날 혼자 놀던 메이는 투명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끝까지 쫓아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나무 구멍으로 떨어진 메이는 거대하고 푹신한 생명체 토토로를 만나게 됩니다. 눈도 입도 크고, 마치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그 존재는 메이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반면 언니 사츠키는 엄마가 없는 자리에서 동생을 챙겨야 하는 책임감을 지닌 의젓한 아이입니다. 엄마 노릇까지 해야 하는 어린 사츠키의 마음속 짐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렸을 때만 보이는" 존재들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가능성의 세계를 질문합니다. 사람들은 보지 못할 뿐,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통쾌한 위안을 줍니다.
토토로의 의미와 상징성
토토로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성별도 명확하지 않고, 1500년 이상을 살아온 숲의 정령입니다. 토토로라는 이름도 메이가 발음하기 어려워하며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이 신비로운 존재는 아이들에게만 보이며, 두려운 마음을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명장면 중 하나는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 장면입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서 있던 사츠키와 잠든 메이 곁에 갑자기 나타난 토토로. 사츠키는 토토로에게 아버지에게 줄 우산을 양보합니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토토로에게는 신기한 음악처럼 들렸고, 그 즐거움에 빠진 토토로는 한껏 뛰어오릅니다. 이 장면은 말없이도 따뜻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순수한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라는 독특한 존재와도 함께 등장합니다. 원래 감독은 고양이 전차를 구상했지만, 고양이 버스로 바꾸면서 더욱 자유롭고 환상적인 이동 수단이 탄생했습니다. 고양이 버스의 다리는 굉장히 많고 빠르며,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길을 달립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데려다줄 수 있는 이 존재는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순간 나타나 도움을 줍니다.
감독은 토토로를 통해 나무의 정령이 인간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처음에는 사츠키와 메이가 도토리를 심었을 때 토토로가 도토리를 선물하는 것으로 구상했으나, 나무의 정령이 도토리를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해 우산에 대한 답례로 도토리를 주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런 세심한 설정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본적 정서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그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대부분 유럽식 배경이었으나, 이 작품에서는 1950년대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사츠키가 12살인데, 이는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반영된 것입니다.
감독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고, 아버지가 육아를 전담했습니다. 친절한 아버지와 엄마가 부재한 가정 환경은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투영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본적인 정서를 가진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은 5살짜리 아들을 관찰하며 메이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비 오는 날 아들이 "공기방울이 부딪혀서 소리가 난다"고 말한 것에서 토토로의 우산 장면 아이디어를 얻었고, 언니를 쫓아가는 메이의 행동 패턴도 실제 아이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입니다. 메이가 사츠키를 쫓을 때 먼저 왔던 길을 돌아서 지름길로 가지 않고 언니가 간 길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은 5살 아이의 습관을 정확히 포착한 것입니다.
감독은 "아이의 1시간은 어른의 10년을 경험한 것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2시간짜리 영화의 경험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그 마음들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감독의 일관된 철학입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거창한 메시지 대신,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용히 알려줍니다. 엄마의 병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자매의 모습, 그리고 그들 곁에 있어준 토토로는 우리에게 진정한 위로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도 잠시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 [골라봐야지] 바로 지금! 요즘 같은 여름날 봐야 되는 영화 이웃집 토토로|방구석1열|JTBC 190607 방송
채널명: JTBC Entertainment
https://www.youtube.com/watch?v=z_Raebm-tjw